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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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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도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 ‘바리공주’ 이야기 ⓒ‘인디고잉’ 64호

 

[MS뉴스=이슬기 기자] 한국 신화의 가장 대표적인 신중 하나는 바로 바리공주, 일명 바리데기다.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여 인간 세상과 신들의 세상을 이어주는 바리공주는 모든 무당들의 조상이자 영웅이기 때문이다.
 
현재 바리공주에 대한 설화는 전국적으로 90여 편이 보고되어 있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을 통해 전승되어왔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명확하게 시사하는 사례다. 각 설화의 내용은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주된 골자는 대개 동일하다.
 
바리공주라는 이름은 버려진 공주라는 뜻으로, 버려진 아기라는 뜻의 ‘바리데기’ 라고도 불린다. 불라국을 다스리던 오구대왕이 혼인을 미루라는 충고를 물리치고 길대부인과 혼인을 올린 후, 번번이 딸만을 낳은 끝에 버리고 만 일곱째가 바로 바리공주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얻지 못한 오구대왕은 바리공주는 자물쇠를 채운 옥함에 넣어 바다에 띄워보냈다. 옥함은 거친 바다를 지나 어느 낯선 땅에 이르러 노부부에게 발견되고, 자식이 없던 비리공덕할아비와 비리공덕할미는 바리공주를 거둬 살뜰히 기르게 된다.
 
한편 바리공주를 버린 오구대왕은 병석에 눕고 말았다. 어떤 의원도 약도 효과가 없어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기를 한참, 한 도승이 오구대왕의 병은 바리공주를 버려 받게 된 벌이라며 저승 깊은 곳 동대산 동수자의 약수를 구해오면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일러주었다.
 
하지만 수많은 신하들 가운데 저승으로 약수를 구하러 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바리공주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릴 약수를 구하기 위해 저승 땅을 향한 멀고 험한 길을 떠나기에 이른다.
 
바리공주는 소를 모는 백발노인을 만나 대신 밭을 갈아주고, 빨래를 하는 노파의 빨래를 대신 빨아주는 착한 행동을 인정받아 저승 가는 길의 가르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천태산 마고할미였던 노파는 바리데기에게 삼색 꽃이 핀 꽃가지와 금빛 방울도 건네준다.
 
열 두 고개를 넘는 동안 귀신이 울면서 막아섰지만, 바리공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배를 타고 저승으로 향한 바리공주는 낯선 땅에서 수많은 죄인들의 영혼을 만났고, 두 손을 모아 그들의 극락왕생을 정성껏 기도하여 천도했다.
 
무지개를 타고 물을 건넌 바리공주는 마침내 동대산 동수자의 집 동대청으로 찾아들었다. 동대산 동수자는 본래 천상 사람으로 옥황상제를 모시던 중 죄를 얻어 홀로 동대산 약수를 지킨 지가 여러 해였다. 그의 죄는 인간세상 처녀를 만나 아들 삼형제를 낳아야만 풀릴 수 있었다.
 
바리공주는 그 날로 동수자와 혼인하여 살림을 시작했다. 셋째아들을 낳은 뒤 동수자는 약속대로 바리공주에게 약수탕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바리공주가 약수를 가득 담고, 동굴 안에 자란 색색이 꽃을 꺾어 돌아오니 동수자가 보이지 않았다.
 
바리공주는 하늘로 떠난 동수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세 아이와 함께 불라국으로 향했다. 불라국에 들어서자 오구대왕의 상여가 나가고 있었다. 바리공주는 앙상한 뼈가 된 오구 대왕을 색색의 꽃으로 쓰다듬고 약수를 흘려넣어 되살렸다.
 
정신을 차린 오구대왕은 바리를 끌어안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오구대왕은 바리공주에게 나라와 부귀를 모두 주겠노라 하였으나, 바리공주는 이를 거절하였다. 저승으로 가는 길에 본 영혼들이 안타까워 저승으로 들어서는 영혼들을 인도하고는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바리공주는 불라국을 떠나 저승으로 가 오구신이 되었다. 바리공주가 신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은 이 신화는 현재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는 ‘지노귀굿’, ‘씨끔굿’, ‘오구굿’ 등으로도 행해지고 있다.
 
바리공주의 일대기에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욕망 및 한계가 표현되어 있다. 바리공주에는 여느 서사문학과 달리 지옥이 수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존재한다. 일상세계에서 수평으로 이동하여 지옥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 역시 약수로 극복할 수 있으며, 그 약수를 가져온 것은 수많은 남자들이 아닌 작고 약한 여성으로 표현됐다. 가장 위대한 의술, 죽은 자의 부활을 해낸 바리공주는 이로써 여성임에도 권위를 인정받아 나아가 저승의 신으로서 영속적인 숭상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버려진 아이에서 저승의 신이 된 바리공주. 그의 이야기는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여성이 겪는 고난을 문학사에 기록한 동시에,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성에게는 분명히 욕망과 꿈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엠에스뉴스=이슬기 기자] news@msnews.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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